오늘은 항응고제에 대한 칼럼을 작성해 보려고 한다.
혈전은 심뇌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항응고제가 사용된다. 전통적으로 와파린(Warfarin)이 널리 사용되어 왔으나, 여러 한계점으로 인해 새로운 항응고제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한 것이 NOAC(신형 경구 항응고제, Non-vitamin K Oral Anticoagulants)이다. 본 칼럼에서는 NOAC의 개념, 탄생 배경, 기존 항응고제와의 차이점, 주요 연구 결과 등을 종합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 본다.
NOAC에 대해 알아보기 전, 항응고제의 역사부터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항응고제(Anticoagulant)에서 coagulant의 뜻은 응고하다, 굳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Anti-라는 접두사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항응고제는 역시나 다른 약물들처럼 우연히 발견되게 되었다. 1920년대 미국의 목장에서 소들이 원인 불명의 출혈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해당 소들에서 dicoumarol이라는 물질을 분리해냈다. 1940년대에 이 dicoumarol이라는 물질을 개량하여 와파린(Wafarin)이 개발되었다.
신기하게도 처음 이 와파린은 쥐를 박멸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와파린을 먹은 쥐들이 내부 출혈으로 사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수많은 연구를 통해 와파린의 용량을 조절하면 사람에게도 혈전(피떡) 예방을 위한 항응고제로 용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또 있다. 1950년대에 한 군인이 와파린을 먹고 자살을 시도하였으나, 비타민 K를 투여하자 출혈이 멈추었고 이를 계기로 와파린이 인간에게도 안전한 항응고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되었다. 와파린과 NOAC은 비타민 K를 잘 기억해야 한다.
1. 와파린의 등장과 한계
와파린은 1950년대부터 항응고 치료에 사용되어 온 대표적인 약물이다. 주로 심방세동(AF) 환자나 심부정맥혈전증 환자 등 혈전 위험이 높은 환자들에게 혈전생성 예방 및 치료에 활용된다. 하지만 와파린은 다음과 같은 여러 한계점을 갖고 있다.
- 협소한 치료 : 와파린의 치료 범위가 좁아, 적정한 약물 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 INR 모니터링 필요 : 와파린 복용 환자는 INR(International Normalized Ratio)를 정기적으로 측정하여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여기서 INR은 혈앵 응고 상태를 측정하는데 사용되는 지표이다.
- 비타민 K와의 상호작용 : 식이에서 비타민 K 섭취량에 따라 와파린의 효과가 변동할 수 있다.
- 약물 상호작용 :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이 많아 환자의 복약 순응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와파린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항응고제 개발이 필요하다는 연구가 지속되었으며, 그 결과 등장한 것이 NOAC이다. 여기서 와파린과 비슷한 -파린 구조인, 헤파린(Heparin)이 헤깔리는 사람도 아주 많을 것이다. 헤파린 역시 항응고제이며 다른점이 있다. 해당 부분에 대한 칼럼은 추후로 미뤄놓도록 하겠다.
비타민 K를 잘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비타민 K는 녹황색 채소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와파린 복용자들은 삼겹살에 상추 쌈도 맘놓고 못 먹는다는 것이다.
2. NOAC의 주요 특징
NOAC은 기존의 와파린과 달리 다음과 같은 장점을 가진다. 와파린 대비 해독제의 부족과 신장기능 저하된 환자에게 사용이 어렵다는 점만 뺀다면 NOAC은 와파린의 훌륭한 대체약물이며, 와파린의 불편한 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되게 되었다. 아래 연구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겠지만 널리 NOAC이 쓰여진 것은 이제 15년밖에 되지 않았다.
- 고정 용량 사용 가능: 개별 환자마다 용량을 조정할 필요가 적다.
- INR 모니터링 불필요: 정기적인 혈액 검사 없이도 효과적인 항응고 작용을 유지할 수 있다.
- 비타민 K와 무관: 식이 요법에 의한 영향이 거의 없다.
- 약물 상호작용이 적음: 와파린보다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이 적어 복약 편의성이 높다.
- 빠른 발현 및 짧은 반감기: 약물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며 반감기가 짧아 조절이 용이하다.
3. 주요 NOAC 계열
현재 임상적으로 사용되는 NOAC에는 다음과 같은 주요 약물이 있다.
- 다비가트란(Dabigatran, Pradaxa): 트롬빈(Thrombin, FIIa)을 직접 저해하는 약물
- 리바록사반(Rivaroxaban, Xarelto): Xa인자(FXa) 저해제
- 아픽사반(Apixaban, Eliquis): Xa인자 저해제
- 에독사반(Edoxaban, Lixiana): Xa인자 저해제
이들은 각각의 특성에 따라 심방세동과 심부정맥혈전증, 폐색전증 등의 치료와 예방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4. NOAC의 연구 및 임상 시험 결과
NOAC의 연구들은 당연히 심방세동 환자군을 대상으로 하며, IS/SE(Ischemic Storke/Systemic Embolism)에 대한 결과들을 도출하고 있다. 허혈성 뇌졸중과 전신색전증이다. 왜 IS/SE에 대한 것을 결과로 도출하는지가 궁금하다면 위 내용들을 하나도 숙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보길 바란다.
4.1 RE-LY (Dabigatran vs. Wafarin, N Engl J Med 2009;361:1139-1151)
RE-LY 연구는 다비가트란의 효과를 와파린과 비교한 대규모 연구로, 결과는 다음과 같다.
- 다비가트란 150mg 투여군(심방세동 환자)에서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예방 효과가 와파린보다 우수함을 입증.
- 다비가트란 110mg 투여군(심방세동 환자)에서 낮은 출혈 발생률 입증.
4.2 ROCKET AF (Rivaroxaban vs. Wafarin, N Engl J Med 2011;365:883-891)
ROCKET AF 연구에서는 리바록사반이 와파린과 비교해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 효과를 평가했다.
- 심방세동 환자에서, 리바록사반은 뇌졸중 또는 전신 색전증 예방에서 와파린과 비열등 입증
- 주요 출혈의 위험에서 두 그룹 간에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으나, 리바록사반 그룹에서는 두개내 출혈과 치명적인 출혈이 덜 발
4.3 ARISTOTLE 연구 (Apixaban vs. Wafarin, N Engl J Med 2011;365:981-992)
ARISTOTLE 연구에서는 아픽사반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였으며,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와파린 대비 뇌졸중 예방 효과가 뛰어나며, 출혈 위험/사망률 낮음 입증.
4.4 ENGAGE AF-TIMI 48 연구 (Edoxaban vs. Wafarin, N Engl J Med 2013;369:2093-2104)
ENGAGE AF-TIMI 48 연구에서는 에독사반의 효과아 안전성을 평가하였으며, 결과는 다음과 같다.
- 뇌졸증 또는 전신 색전증 예방에 있어 와파린과 비열등
- 출혈과 심혈관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이 낮음을 입증
위 논문들로 NOAC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아시아인 대상으로 진행한 NOAC 3가지의 retrospective 연구가 있다. 이 연구의 결과는 당연히 Wafarin대비 IS/SE, 주요 출혈 및 사망 위험이 낮음을 증명했다. (연구의 방식 중 하나인 Retrospective, prospective의 반대로 해당 연구 관련된 정리는 추후 칼럼으로 남겨 놓도록 하겠다.)
5. NOAC의 단점과 고려 사항
5.1 출혈 발생 시 해독제(antidote)
NOAC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는 해독제가 와파린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최근 다비가트란의 해독제(Idarucizumab)와 Xa인자 억제제의 해독제(Andexanet alfa)가 개발되면서 이러한 문제는 점차 해결되고 있다.
5.2 신기능에 따른 용량 조절 필요
NOAC은 신장을 통해 배설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신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는 용량 조절이 필요하다.
5.3 비용 문제
NOAC은 와파린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이며, 장기적인 치료 비용이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모니터링 비용과 부작용 관리 비용을 고려하면 경제적 효과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NOAC은 기존 와파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혁신적인 항응고제로, 효과적인 혈전 예방과 높은 복약 편의성을 제공한다. 주요 임상 연구에서도 그 우수성이 입증되었으며, 해독제 개발 등으로 단점도 보완되고 있다. 다만 환자의 개별적인 상태(신기능, 비용 등)를 고려하여 적절한 항응고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NOAC이 더욱 발전하여 심뇌혈관 질환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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